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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그랑 팽 2019 시음 후기 및 샤펠 생 테오도릭 와이너리 소개

mad3000 2025. 5. 6.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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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ing Note] 2019 Chapelle Saint Theodoric Le Grand Pin

르 그랑 팽 2019 – 남부 론의 섬세함을 마시다

 

 

 

론 강을 내려다보는 탱-레르미타주에 위치한 유명하고 자주 사진에 등장하는 에르미타주 예배당


이 블로그는 애주가로서, 술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주관적인 시선으로 가감 없이 기록하는 공간입니다. 때론 지나치게 감성적이고, 때론 집요할 정도로 디테일한 기록이 될 수도 있지만, 한 잔의 술이 주는 감동을 온전히 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럼, 오늘의 한 잔. 시작해보겠습니다.


Chapelle Saint Theodoric – 샤펠 생 테오도릭

 

샤펠 생 테오도릭은 2009년 첫 빈티지를 선보인 비교적 신생 도멘이지만, 그 존재감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이곳은 단순히 ‘새로운 도멘’이라기보다, 전통적인 남부 론의 규범을 새롭게 재해석하려는 실험적이고 철학적인 와인메이킹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도멘은 도멘 드 크리스티아(Domaine de Cristia) 의 오너 밥티스트 그랑종(Baptiste Grangeon) 과,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수많은 컬트 와인을 발굴한 전설적인 수입업자 피터 베이강트(Peter Weygandt) 가 만나 탄생했습니다. 두 사람은 샤토 하야스(Château Rayas) 와 유사한 모래 기반 테루아에서 영감을 받아, 순수 그르나슈로 섬세하고 투명한 와인을 만들어보자는 목표를 공유했고, 그렇게 샤펠 생 테오도릭이 시작됐습니다.

 

 

왼쪽 부터 밥티스트 그랑종(Baptiste Grangeon) 피터 베이강트(Peter Weygandt) ​

 

 

“Rayas 스타일에 대한 현대적 오마주”

샤펠 생 테오도릭이 가장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Château Rayas 를 연상시키는 맑고 섬세한 그르나슈 스타일을 남부 론에서 구현해낸다는 점입니다. 진득하고 강한 타닌, 짙은 과실의 전형적 샤토뇌프 뒤 파프와 달리, 이들은 훨씬 더 부드럽고 우아하며, 깊은 투명성을 지닌 와인을 만듭니다.

  • 100% 고령 그르나슈
    포도나무 수령은 50~100년에 달하며, 이는 깊이 있는 뿌리와 균형 잡힌 양분 섭취를 가능하게 해줍니다.
  • 모래 토양 중심의 포도밭
    샤토 하야스와 유사한, 물 빠짐이 좋고 산화적 스트레스를 줄이는 토양. 가벼운 질감과 미네랄리티를 갖춘 와인을 만들어냅니다.
  • 비오디나믹 농법 + 최소 개입 철학
    모든 포도는 비오디나믹 방식으로 재배되며, 인공적인 요소나 과도한 기술介入 없이 자연 그대로의 발효와 숙성이 추구됩니다.
  • 콘크리트 통 발효, 데미뮈드 숙성
    현대적인 기술 대신 전통적인 방식으로 와인을 양조하며, 숙성은 600L 데미뮈드 오크통에서 이뤄집니다. 이는 오크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포도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한 선택입니다.
  • 비탈착형 발효 방식
    특히 라 기가스의 경우 줄기를 제거하지 않고 송이째 발효하는 방식으로, 복합성과 타닌 구조의 자연스러움을 극대화합니다.

 


왜 특별한가?

샤펠 생 테오도릭은 샤토뇌프 뒤 파프라는 전통의 땅에서, 뚜렷한 개성을 가진 ‘타입이 다른 와인’을 제안합니다.

이들이 만드는 르 그랑 팽(Le Grand Pin)과 라 기가스(La Guigasse)는 모두 ‘힘’보다는 ‘결’에 집중합니다. 마치 블랙커피가 아닌, 잘 내린 루이보스차 같은 느낌. 농익은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정제된 사유의 결과물에 가깝습니다.

 

 

 


주요 와인 라인업

샤펠 생 테오도릭은 3가지 레드 와인을 생산합니다. 모두 100% 고령 그르나슈(Grenache) 품종이며, 바이오다이내믹 방식으로 재배된 포도만 사용합니다.

  • Les Sablons
    입문자용 와인. 젊은 포도나무와 프레스 와인을 블렌딩해 만든 부드러운 스타일.
  • La Guigasse
    라 기가스 리외디의 모래 토양에서 자란 50~100년 수령의 그르나슈. 송이째 발효 후 데미뮈드 숙성.
  • Le Grand Pin (르 그랑 팽)
    오늘 소개할 이 와인! Pignan 리외디에서 자란 최고 수령의 그르나슈만 사용. Chateau Rayas 근처에 위치해 있으며, 우아함과 미네랄리티가 뛰어납니다.

 


2019 Le Grand Pin – Tasting Note

 

첫 인상

잔에 따르면, 강렬한 루비 컬러가 인상적입니다. 테두리는 살짝 밝은 황토색을 띠며, 어느 정도 숙성이 진행되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눈물에는 색이 곱게 물들어 있고, 점도는 중간 정도로 보입니다.

 

 

잔을 돌리자마자 피어오르는 향은 생생한 붉은 과일 중심입니다.
체리, 라즈베리, 석류 같은 산뜻한 과일향과 함께, 바이올렛, 로즈마리, 가리그 허브 특유의 론 지역 향취가 배경을 은은하게 채웁니다. 향 자체는 복합적이기보단 섬세하고 정제된 느낌.

 

 

 

 

가장 놀라운 점은 입에 넣자마자 느껴지는 가볍고 생기 있는 터치감입니다.

알코올 도수가 무려 15.5도임에도 무게감보다는 신선함과 섬세함이 앞섭니다. 체리 중심의 과즙감, 상큼한 산미, 실키한 타닌이 고르게 퍼지며, 입 안을 붉은 과일의 활기로 가득 채웁니다.

뒤이어 느껴지는 톡 쏘듯 맑은 산도깨끗하고 정제된 피니시는 이 와인의 핵심 미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당도는 거의 없지만, 마치 체리 파이 속의 달콤한 과일 풍미가 응축되어 있는 듯한 인상도 남습니다.

 

 

 

시음 초반에는 활짝 열려 있었던 와인이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닫히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시음 적기에 갓 접어든 상태여서 그럴 수 있습니다. 

 

 

 

 


총평

2019년 빈티지의 Le Grand Pin은 남부 론의 전형적인 진득함보다는 샤토 하야스(Château Rayas) 를 연상시키는 듯한 우아한 스타일을 보여줍니다.

샤펠 생 테오도릭이 이처럼 섬세하면서도 깊이 있는 와인을 만들어낸다는 점은 분명히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지금 마셔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몇 년 더 숙성시킨다면 더욱 입체적인 부케와 구조감을 보여줄 가능성이 큽니다. 개인적으로는 2027~2029년 사이에 다시 마셔보고 싶은 와인입니다.

 

 


와인 정보 정리

항목내용
와인명 2019 Chapelle Saint Theodoric Le Grand Pin
생산자 Chapelle Saint Theodoric
지역 France / Rhône Valley / Southern Rhône / Châteauneuf-du-Pape
품종 Grenache 100% (고령 포도나무)
알코올 도수 15.5%
음용 온도 15.5℃
디캔팅 약 1시간 (젊은 빈티지 기준)
페어링 육류 요리 전반, 아시아 요리, 참치, 버섯, 가지 요리, 치즈 등
 

 

 

 

 


 

 

마무리하며

2019 Le Grand Pin은 아직 국내 시음 후기가 거의 없어 더욱 궁금했던 와인이었습니다. 직접 마셔보니, 평소 우리가 기대하는 남부 론 와인의 이미지와는 다른, 은근한 매력과 고요한 긴장감이 공존하는 와인이었습니다.

혹시 이 와인을 경험해보신 분이 있다면, 여러분의 시음 노트도 함께 공유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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